스마트워치를 벗어서 뒷면을 보면 초록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늘도, 커프도 없는데 시계는 어떻게 1분에 몇 번 맥박이 뛰는지 알까요? 답은 빛에 있습니다. 이 방법을 PPG(광혈류측정, Photoplethysmography)라고 부릅니다.
1. 원리: 피는 빛을 먹는다
우리 피 속의 헤모글로빈은 빛을 잘 흡수합니다. 그리고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손목 혈관으로 피가 밀려왔다가 빠져나갑니다.
스마트워치는 이 두 가지를 이용합니다.
- 시계 뒷면의 LED가 피부 안쪽으로 빛을 비춥니다.
- 피가 많이 몰려온 순간에는 빛이 더 많이 흡수되고, 피가 빠져나간 순간에는 덜 흡수됩니다.
- 옆에 있는 광센서가 되돌아온 빛의 양을 1초에 수십 번 이상 잽니다.
- 되돌아온 빛의 양이 오르내리는 모양이 곧 맥박의 파형이 되고, 파형의 봉우리 개수를 세면 맥박수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5초 동안 봉우리가 6개 잡혔다면, 1분이면 72개, 즉 맥박이 1분에 72회입니다. 실제 기기는 잡음을 걸러내고 여러 초의 평균을 내는 계산을 함께 합니다.
2. 왜 하필 초록색일까
맥박만 잴 때 초록빛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헤모글로빈이 초록빛을 잘 흡수합니다. 피의 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신호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 피부 얕은 곳까지만 들어갑니다. 손목처럼 뼈와 힘줄이 가까운 곳에서 깊은 조직의 잡음을 덜 받습니다.
- 움직임에 비교적 강합니다. 걷거나 뛸 때도 맥박을 잡아내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반대로 산소포화도를 잴 때는 빨간빛과 적외선을 씁니다. 산소를 실은 헤모글로빈과 산소를 내려놓은 헤모글로빈이 이 두 빛을 흡수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빛의 흡수 비율을 비교하면 피 속 산소가 얼마나 차 있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3. 손목형과 손가락 집게형의 차이
같은 PPG라도 빛을 받는 방식이 두 가지입니다.
| 구분 | 반사형 | 투과형 |
|---|---|---|
| 대표 기기 |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 손가락 집게형 산소포화도 측정기 |
| 빛을 받는 방법 | LED와 광센서가 같은 쪽, 되돌아온 빛을 잼 | LED와 광센서가 마주 봄, 손가락을 통과한 빛을 잼 |
| 장점 | 하루 종일 차고 다니며 잴 수 있음 | 신호가 강하고 안정적 |
| 약점 | 움직임과 착용 상태에 민감 | 잴 때마다 손가락에 끼워야 함 |
병원에서 손가락에 빨간 불빛 집게를 끼우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손가락은 얇고 혈관이 많아 빛이 통과하기 좋아서 투과형을 씁니다.
4. 맥박이 틀리게 나오는 경우
PPG는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빛이 제대로 들어가고 나오지 못하면 값이 흔들립니다.
- 시계가 헐거울 때: 틈으로 바깥 빛이 들어오고, 움직일 때마다 시계가 들썩여 잡음이 생깁니다.
- 팔을 많이 흔드는 운동: 팔 동작의 리듬을 맥박으로 잘못 세는 경우가 있습니다.
- 손이 차가울 때: 추운 날에는 손끝과 손목의 혈류가 줄어 신호가 약해집니다.
- 손목 문신: 잉크가 빛을 가려 신호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 피부 상태와 피부색: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손가락형 산소포화도 측정기의 정확도에 피부색, 혈액순환, 피부 두께, 체온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재려면 손목뼈에서 손가락 한 마디쯤 위에, 꽉 끼게 차고, 잴 때는 잠시 가만히 있는 것이 좋습니다.
5. 스마트워치 맥박, 믿어도 될까
평상시 맥박수나 운동 중 맥박의 흐름을 보는 데는 충분히 쓸 만합니다. 다만 몇 가지는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 맥박과 심박은 조금 다릅니다. PPG는 손목에 도착한 혈액의 박동(맥박)을 잽니다. 심장의 전기 신호(심박)를 직접 재는 것은 심전도(ECG)입니다. 부정맥이 있으면 심장은 뛰었는데 손목까지 맥박이 약하게 전달되어 두 값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운동용 맥박 측정은 의료기기가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운동이나 레저 목적으로 심박수를 재는 제품을 의료기기가 아닌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 제품으로 구분합니다. 질병을 진단하는 목적이라면 의료기기 허가가 필요합니다.
-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에서 확인합니다. 쉬고 있는데도 맥박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게 계속 나오면, 시계 값만 믿지 말고 진료를 받아 보세요.
정리
- 스마트워치는 초록 빛을 비추고 되돌아온 빛의 양 변화로 맥박을 잰다 (PPG)
- 초록빛은 맥박, 빨간빛과 적외선은 산소포화도에 쓴다
- 시계형은 반사형, 손가락 집게형은 투과형
- 헐겁게 차거나 많이 움직이면 값이 흔들린다, 꽉 끼게 차고 가만히 잴 것
- 운동용 맥박 측정은 웰니스 기능, 진단은 의료기기와 의사의 몫
이 글은 공개된 자료와 기관 안내를 정리한 정보입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판단은 의사와 상의해 주세요.
PPG, 심전도, 산소포화도 같은 생체신호 측정기기의 국내 시장 규모와 허가, 특허 동향이 궁금한 기업 담당자분은 「생체신호 측정기기 시장·기술 동향」 보고서를 참고해 주세요. (크몽 GOLDN-KP)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제품 판단기준」
- 미국 식품의약국(FDA), Pulse Oximeter Accuracy and Limitations (2021)
- Allen J., Photoplethysmography and its application in clinical physiological measurement, Physiological Measurement (2007)